⚡ 3줄 요약
1 — 중국 AI가 GPU 커널 최적화를 스스로 수행하기 시작했다
2 — 미국의 수출통제는 중국 기업들에게 연산 효율을 핵심 경쟁력으로 만드는 압력을 높였다
3 — AI 경쟁의 병목은 점차 칩의 개수보다 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중국 AI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AI 개발 과정의 일부를 자동화한 사례를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미니맥스(MiniMax)는 최신 M3 모델이 엔비디아 GPU용 커널(칩의 연산을 수행하는 핵심 코드)을 약 24시간 동안 사람의 개입 없이 최적화해 기존 대비 최대 9.4배의 성능 향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숙련된 엔지니어 팀도 1–2주가 걸리는 작업이다.
알리바바도 비슷한 사례를 공개했다. Qwen3.7-Max는 학습 과정에서 한 번도 다뤄본 적 없는 자체 설계 AI 칩 위에서 약 35시간 동안 커널 최적화를 수행해 기준 코드보다 최대 10배 빠른 결과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또 샤오미 AI 모델 개발 책임자는 이러한 흐름을 근거로 AI 자기개선 기술의 발전 속도가 기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개인 전망을 제시하며, 실현 시점이 기존 3–5년에서 1–2년 수준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왜 중요한가
겉으로 보면 미·중 AI 경쟁 뉴스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미국의 수출통제가 만들어낸 또 다른 효과를 보여준다.
1970년대 오일쇼크는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이미 갖고 있던 연비와 생산성 경쟁력을 세계 시장에서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공급이 제한될수록 기술은 더 많이 쓰는 방향보다 더 효율적으로 쓰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의 수출통제는 중국의 최첨단 AI GPU 확보를 어렵게 만들었다. 초기에는 초거대 AI 모델의 학습 능력을 제한하는 데 초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규모 AI 서비스를 위한 추론용 GPU 접근성도 중요한 정책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중국 기업들에게는 같은 칩으로 더 많은 성능을 끌어내는 일이 선택이 아니라 중요한 경쟁 전략이 됐다. 커널 최적화는 그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다.
여기서 말하는 커널 최적화는 AI 모델의 지능을 높이는 기술이라기보다, 동일한 하드웨어에서 더 높은 처리량과 더 낮은 비용을 구현하는 시스템 최적화 기술에 가깝다.
이번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 최적화 작업 자체를 AI가 수행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규제는 연산 효율의 중요성을 높였고, 이제 그 효율화 과정 자체가 자동화되기 시작했다. 엔지니어가 1–2주 동안 수행하던 작업이 하루 남짓으로 단축될 수 있다면, 장벽의 높이는 그대로여도 이를 넘어서는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규제는 연산 효율의 중요성을 높였고,
이제 그 효율화 과정 자체가 자동화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 AI 성능 자체보다 AI를 만드는 과정의 효율을 먼저 자동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경쟁이 '누가 더 많은 GPU를 확보했는가'보다 '누가 같은 GPU에서 더 높은 성능을 끌어내는가'로 이동한다면, 이번 사례는 그 변화를 보여주는 초기 신호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방송 기술 현장에서 22년을 보내며 배운 것이 하나 있다. 예산이 줄어든 해에는 장비를 새로 사기보다 기존 장비의 세팅을 다시 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효율이 다음 해의 표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제약은 종종 새로운 최적화를 낳는다.
다만 이번 사례를 'AI가 스스로 연구하는 시대'로 해석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현재 공개된 사례는 사람이 정의한 목표 안에서 커널을 최적화한 것이다. 연구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새로운 연구 방향을 개척하는 수준의 자기개선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지금 우리가 확인한 것은 완전한 자기개선이 아니라, 잘 정의된 고난도 엔지니어링 작업의 자동화다.
그럼에도 공통점은 분명하다. AI가 자동화하기 시작한 작업이 하필 AI 산업의 핵심 병목인 연산 효율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칩의 공급을 통제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칩으로 더 많은 성능을 끌어내는 알고리즘과 최적화 기법의 발전까지 완전히 통제하기는 훨씬 어렵다. 이번 사례는 그 현실을 보여주는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칩은 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코드까지 통제하기는 어렵다."
무엇을 봐야 하나
WATCH 01
'처음 보는 하드웨어' 자율 최적화 사례가 계속 나오는가?
중국 AI 기업들이 학습에서 다뤄본 적 없는 칩에서 자율 최적화 사례를 계속 공개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런 사례가 반복된다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는 기술적 경로가 실제로 형성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WATCH 02
규제 대상이 AI 개발도구와 최적화 기술로 확대되는가?
앞으로 미국의 규제가 하드웨어를 넘어 AI 개발도구, 컴파일러, 시스템 최적화 기술 등으로 확대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움직임이 나타난다면 정책 당국도 연산 효율을 중요한 전략 변수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
WATCH 03
'작업 자동화'와 '자기개선'을 구분하고 있는가?
앞으로 AI가 연구 목표까지 스스로 설정했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나온다면 작업 로그와 재현 가능성 등 객관적인 근거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WATCH 04
어닝콜에서 추론 비용이 얼마나 강조되는가?
미국 선두 AI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추론 비용(Inference Cost)과 효율성이 얼마나 자주 언급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추론 효율이 핵심 경쟁 지표로 부상한다면 병목의 중심이 GPU 확보에서 GPU 활용 효율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SIGNAL NOTE
시그널 노트는 그동안 '반도체를 덜 쓰는 기술'을 차기 병목 후보 가운데 하나로 추적해 왔다. 고가 GPU를 추가로 확보하기보다 동일한 연산 자원으로 더 높은 성능을 만들어내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가설이다.
AI 산업의 무게중심이 점차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는 흐름까지 감안하면 앞으로는 더 적은 GPU로 더 많은 추론을 처리하는 효율 자체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례들은 그 변화가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실제 엔지니어링 현장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구체적인 초기 신호 가운데 하나다.
이 글은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